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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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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스토리>
하얀 미소
오명은
토도독 토도독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반쯤 열린 창가에 기대선 남자는 절규하듯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 따라 까만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아침도 거르며 외출준비를 했다. 공들여 면도를 하고 바이올렛 빛깔 머플러로 근사하게 꽃단장을 하고서 그녀가 오는 길목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그녀는 팔짝팔짝 거리며 “우와 짱 멋있는데요. 최고예요. 하기야 뭔들 안 어울릴까! 게다가 비까지 내려주니 술맛 나겠다. 그치요?” 늘 그렇듯 남자는 하얀 미소만 짓는다.
물기 머금은 북한산 단풍잎들이 처절하게 아름다운 오후, 그들은 삼합과 막걸리 한 병으로 마주 앉았다.
까불까불 대던 그녀는 알싸한 홍어 몇 점을 건네며 남자의 가슴을 툭 건드린다.
“어느 때 가장 행복 했어요?”
“이렇게 한잔 술 나눌 때지. 오늘 따라 더욱 좋군.” 여자의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남자의 고독이 낙엽처럼 쌓여가고 침묵의 강이 바다를 이루어 갈 때, 여자의 술잔은 거듭거듭 비워져 갔다. 그들은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이웃으로 오누이처럼 지낸 사이였다.
남자는 집을 짓는 일을 했다. 방방곡곡에 당신의 마음결만큼이나 좋은 집을 짓던 남자는 천국의 땅마저 일구어 영혼의 집을 짓고 있다고 한다.
남자는 첫 눈이 오기도 전에 입주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고 절박한 가을의 꽁지를 붙잡고 애원하는 여자는 그의 통증만큼이나 깊고 아픈 하루하루를 보낸다.
<6.0>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