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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이 피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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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이 피는 계절
<플래시 스토리>
오명은
요란한 장맛비가 한바탕 쓸고 지나간 뜰에는 영혼을 깨우는 흙냄새가 그윽했다.
알알이 맺힌 대추 나뭇가지 위에서는 참새들의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고 빠져드는 아침나절,
우아한 자태의 백합꽃은 수줍은 듯 살포시 고개를 숙이며 매혹적인 향기만 내어주는 그리운 사람을 더욱 그립게 하는 백합의 계절이었다.
나들이 나온 뭉게구름들이 사라지자,
벌건 열기를 토해내는 사나운 햇볕의 기세에 녹음마저 수그리는 한 낮,
순백의 백합화만이 기품을 잃지 않는 경이로운 한 낮,
고요를 깨트리며 여자의 남자에게서 기별이 왔다.
그녀의 얼굴은 백합처럼 피어오르고 새들의 날개 짓 보다도 더 리듬감 있는 몸짓으로
순백의 백합꽃 두 송이를 따다가 욕조에 띄우고 몸단장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인연은 백합향기 가득한 어느 꽃집에서 시작되었다.
하늘거리는 보랏빛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흰 백합화와 눈 맞추고 있을 때, 느린 걸음으로 한 남자가 다가가고 있었다.
여자가 인기척에 흠칫 한걸음 비켜서 있자, 남자는 한 걸음 더 가까이 가서 검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하얀 백합 예쁘죠?.“
보랏빛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느린 걸음의 남자는 볼우물에 파문을 일으키며 한 마디 덧 부쳤다.
“그대가 더 곱소.” 여자의 심장이 숨길 수 없이 덜컹거렸다. 동시에 두 눈빛이 서로의 가슴에 스며들었던 젊은 날의 사랑은 그렇게 세월을 쌓아 올렸다.
